독자들이 웹소설에 등장하는 악당의 성차별적 행동과 대사를 문제 삼으며 “작가가 차별을 조장한다, 빻았다, 사상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광경을 목도한 적이 있다. 악당이 악당답게 나쁜 말을 지껄이고 지저분한 행동을 했을 뿐인데 어째서 트집을 잡는 것인지 선뜻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한데 작가를 조리돌리는 댓글을 쭉 읽다 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띄었다. “난 옳고 쟤는 틀렸으니까 심한 말을 퍼부어도 괜찮아”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작가 나카노 노부코는 이를 ‘정의 중독’으로 규정하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타인에게 ‘정의의 철퇴’를 가하면 뇌의 쾌락중추가 자극을 받아 쾌락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 쾌락에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며, 항상 벌할 대상을 찾아 헤매고 타인을 절대 용서하려 들지 않는다.”
나쁜 짓을 저지른 대상을 가루가 되도록 까더라도 자신이 곤란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잘못을 저질렀으니 호되게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경향성이 더욱 강력해지기 마련이다. 아키요시 리카코의 소설 ‘절대정의’에는 스스로의 정의에 취해 굶주린 동물처럼 시도 때도 없이 부정의에 달려드는 인물, 노리코가 등장한다. 작품의 핵심은, 노리코가 휘두르는 정의의 철퇴가 타인을 향할 때는 환호하다가도 똑같은 잣대를 자신에게 들이대면 불쾌해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불쾌함의 수위가 임계점을 넘어서자, 네 명의 친구는 노리코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장소가 산속 낭떠러지였던 만큼 완전범죄에 가까웠지만 그로부터 5년 후, 노리코가 보낸 게 확실한 초대장이 도착하면서 본격적인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모든 사람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더라도, 타인에게 필요 이상의 분노와 불만, 미움의 감정을 품지 않고 사는 편이 좋지 않을까”라는 것이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려 했던 메시지였겠지만, 인터넷이 사라지지 않는 한은 어렵겠다. 아니, 똥색을 황금색으로 착각할 정의 중독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나겠지. 그렇더라도, 제아무리 자신의 정의로움을 전시하고 싶더라도 ‘전쟁이나 재해의 희생자를 놀리는 말이나 행동’만큼은 삼가도록 하자. 멀리서나마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한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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