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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대사관 쉬는 일요일에도 집회 제한한 경찰…법원이 제동
등록 2023-11-26 11:49 수정 2023-11-26 18:21
경찰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휴일에도 대사관 인근 집회를 제한한 데 대해 ‘잘못된 결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긴급행동) 쪽이 서울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제한통고 처분 효력 정지 신청을 지난 24일 받아들였다.
앞서 긴급행동 쪽은 26일 종로구 청계남로(무교동사거리) 일대에서 1000명이 참여하는 이스라엘 정부 규탄 집회를 열고, 청계남로→세종로→종로1가→을지로1가→서울광장→청계남로 방향으로 행진하겠다고 지난 14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 16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격화에 따른 대규모 집회 변질 및 단체 간 충돌 우려 등으로 (주최 쪽) 신고에 따라 행진할 경우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일부 행진구간(무교동 사거리)에서 집회 인원을 500명으로 제한하고 해당 구간을 신속하게 통과하라고 통고했다. 해당 구간 100m 이내에 이스라엘 대사관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는 현행 집시법에서 명확히 규정한 조항과 배치되는 판단이다. 집시법상 외교기관 100m 이내에서도 △외교기관을 대상으로 하지 않거나 △대규모 집회로 확산될 우려가 없거나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집회를 개최해,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엔 집회를 열 수 있다. 경찰은 또 세종로→종로1가 방향 행진에 대해서도 교통소통에 장애를 줄 수 있다며 “역방향으로 행진할 것”을 통고했다.
법원은 “해당 행진의 목적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에 반대의사 표시를 하는 것으로 이스라엘 대사관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행진 일시가 이스라엘 대사관이 업무를 하지 않는 일요일이고, 참가 예정 인원도 1000명으로 적은 데다 질서유지인도 10명을 두어 평화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라며 집회를 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경찰이 제한한 청계남로 구간의 경우 행진경로와 이스라엘 대사관 사이에 청계천이 있어 직선으로 이동할 수 없으며 지난 10월 22일, 11월 4일 집회도 평화롭게 진행됐다는 점을 종합하면, 신고된 대로 1000명의 행진을 허용해도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 숙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봤다.
일부 구간 행진을 역방향으로 하라는 경찰 통보에 대해서도 법원은 “순방향으로 행진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주요 도로의 교통소통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우려가 없다고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긴급행동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이번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은 헌법과 집시법에 근거한 집회시위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판결이기에 환영한다”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그동안 경찰이 자의적으로 집시법 11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장소)의 ‘평일 대사관 100m 내 집회금지’ 규정과 12조(교통소통을 위한 제한)를 과도하게 해석하며 위법적으로 행한 법 집행 관행이 중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집회 금지에 관한) 예외 조항이 있어도 일률적으로 적용할 순 없다”며 “현장에서 보고 판단을 해서 제한통고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email protected]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17875.html
직장 내 괴롭힘 당한 10명 중 1명 “극단선택 고민” 했다는데
등록 2023-11-26 15:21 수정 2023-11-26 15:32
직장갑질 119 여론조사 결과
정부는 괴롭힘 판단 기준 강화 움직임
“사장에게 폭행, 성희롱, 괴롭힘, 부당해고를 당했지만 부당해고 구제신청 결과 기각이 나왔습니다. 차라리 제가 자살을 하고 이런 사실을 알리면 제 억울함을 알아줄까요?”(2023년 4월, 직장갑질119 이메일 제보 내용 중)
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 10명 중 1명은 극단적 선택을 고민해 본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일부 주장처럼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요건을 높여 피해자를 고립시킬 경우 이런 경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26일 보면,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 응답자 359명 가운데 “괴롭힘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고민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이는 39명(10.1%)이었다. 괴롭힘 행위자로는 상급자(37%)가 가장 많았고, 비슷한 직급 동료(22.3%)가 뒤를 이었다. 대표나 경영진 등 사용자도 19.2%였다. 괴롭힘이 있을 때 사안 조사와 피해자 보호 조처를 해야 할 사용자마저 괴롭힘 행위자가 되는 일이 적잖은 셈이다. 조사는 지난 9월4일~11일 온라인 설문을 통해 이뤄졌다.
직장갑질119는 “신고 이후 달라질 것이 없다는 절망감이 죽음으로 억울함을 알리겠다는 극단적 사고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실제 직장갑질119에 지난 1월 접수된 이메일 상담에서 한 피해자는 “직장 내 괴롭힘을 노동청에서 인정 받았지만 회사가 가해자와 분리조치를 해 주지 않아 1년 넘게 가해자와 같이 근무하고 있다. 제가 죽으면 가해자들이 잘못을 인정할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자살을 선택해야지만 제 일이 사회적으로 알려질 수 있는 것일까요?”, “억울함을 죽음으로 보여줘야 보육현장이 바뀌겠구나 싶다”는 등의 표현이 담긴 제보도 있었다. 올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신원이 확인된 상담 이메일 1592건 중 극단적 선택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은 53건이다.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에 지속성과 반복성을 추가해야 한다는 등 판단 요건을 강화하자는 주장에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고용노동부가 발주해 지난 3월 제출 받은 ‘직장 내 괴롭힘 분쟁 해결 방안 연구’ 보고서에는 업무능력 미인정, 조롱, 차별, 배제, 회식 강요 같은 괴롭힘 유형은 평균 주 1회 이상 반복되고 3개월 이상 지속될 때만 괴롭힘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 담겼다.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는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도 지난 1일 청년들과 간담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최승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현행 괴롭힘 금지법조차 (사용자의)조사조치의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한계가 있는데 고용노동부는 이를 보완하는 대신 반복성과 지속성 요건을 강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며 “이는 피해자를 고립시켜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을 높이는 최악의 조처”라고 비판했다.
장현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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